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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 2018-05-03] 동네사람들과 시루떡 나눠먹는 미술 전시회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8-05-04
조회수 :
2161



동네사람들과 시루떡 나눠먹는 미술 전시회


고제민 화가의 ‘괭이부리말과 포구 이야기’ 미술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오래된 쪽방촌 골목 한 귀퉁이에 자리 잡은 [우리미술관]은 갈 때마다 아련한 감상(感傷)을 남깁니다.
작년 사진 전시회 때, 작가들께서 정작 동네 주민은 한 분도 오지 않는다고 애석해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전시회 기획할 때도 동네 사람들 마음 상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미술관 관리자 분께서 말씀하시는 걸 들었습니다. 주민들은 자기들 허름한 동네가 구경거리가 되는 게 싫겠지요. 공감을 얻는 게 예술인데 정작 이미지에 담긴 분들이 공감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화가께서 그리신 포구와 골목길의 정감을 저도 시나 수필로 쓴 적이 있습니다. 그때 쓴 글이 이리 저리 불려나가면서 나름으로는 그 동네 분들 삶의 애환에 대해 공감대를 넓혔다고 보람을 느꼈더랬습니다. 그런데 차분하게 돌이켜보면서 그분들 고달픈 삶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자성(自省)을 하게 됩니다. 제 심사를 들까불기 위해 그분들 애환을 소재로 빗대었다는 자괴감이 들면서 저의 예술 깜냥이 낯 부끄러워집니다. 어떻게 해야 제 표현의 진실성을 얻을 수 있을까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런 저런 복잡한 심사를 안고 미술관에 갔는데 이번에는 참 감동적인 장면을 봤습니다. 작가가 동네 어르신들과 작품 앞에 둘러서서 시루떡을 드시면서 정담을 나누고 계셨습니다. 동네 사람들과 나눠 먹으려고 떡을 준비하셨다고 합니다. 깊은 빛을 담고 있는 작품도 참 좋았는데 그림 앞에서 동네 분들과 두런두런 얘기 나누시는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아! 예술이란 게 저런 거구나. 표현의 진실성은 더불어 함께할 때 이뤄지는 거구나. 딴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작가에게 너무 감사합니다.





젊을 때 브나로드(Vnarod)를 꿈꾼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순순한 열정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지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 줘야 하는데 별로 그럴 만한 게 없어 낯이 붉어집니다. 공의(公義) 못지않은 공감 배려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진실한 예술의 길은 참 멀고도 험합니다. 그저 남 부끄럽지 않을 정도만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는데 자칫 잘못하다가는 해가 갈수록 추해진다는 얘기를 들을까 걱정입니다. 정신 바짝 차려야겠습니다.


자성문(自省文)

실컷 먹고 마시고 말도 참 많다.
가르치는 짓이 골수에 배였구나.
버리자니 허물어질 테고·····.

지식인의 고뇌 운운(云云),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는데
공염불(空念佛)로 날을 지새운다.

가르치려고 들면 근심을 낳을 뿐.
더불어 합일(合一)할 수 없어
자존(自存)의 몽환에 빠진다.

지식(知識)은 견주고 나누어
자연(自然)을 거역할 뿐.
씨앗 한 톨 품을 수 없어
생명을 앗을 뿐.



원문보기: http://www.incheonin.com/2014/news/news_view.php?m_no=1&sq=43484&thread=001001000&sec=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