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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2024-3-10] [전시리뷰] 최정숙 개인전 '나의 사춘기, 송림동 달동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4-04-25
조회수 :
9


[전시리뷰] 최정숙 개인전 '나의 사춘기, 송림동 달동네'




지난 7일 우리미술관 전시장에서 만난 최정숙 작가. 2024.3.7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수도국산 송현교회 비탈길 계단 아래로 '하꼬방'이라 불린 판잣집들이 옹기종기 붙어 늘어서 있다.

무척이나 차갑고 푸른 밤기운이 조그맣고 비좁은 판잣집들을 감싸려 하지만, 각각의 집은 고유의 색과 모양, 질감으로 밤기운 속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래서 달동네 밤 풍경은 서늘하거나 헛헛한 느낌이 없다. 집집이 창문에 불이 켜 있어 삶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인천의 중견 서양화가 최정숙이 인천시 동구·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만석동 우리미술관에서 연 개인전 '나의 사춘기, 송림동 달동네'의 작품 속 옛 인천의 대표적 달동네 수도국산 풍경이다. 50년 가까운 작가 인생에서 그동안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사춘기 시절 살던 동네의 심상 풍경을 그렸다. 지난 1월 초부터 딱 두 달 동안 무려 41점의 신작을 그려냈다.




최정숙 作 '샛길로'. 콜라주 기법 활용한 작품. 2024.3.7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대다수 작품은 천과 골판지를 오려 캔버스에 붙이는 콜라주 기법을 활용했다.

작가의 어머니가 "미술을 할 때 걸레로 쓰라"며 줬던 천 조각, 상자 같던 하꼬방을 표현하고자 종이상자에서 오린 골판지를 덕지덕지 붙여 집의 일부로 썼다. 작가가 실제 살았던 집의 현재 모습을 가장 구체적으로 묘사한 '샛길로 193'은 작가 어머니가 베고 잤던 '베갯잇' 한 면을 그대로 붙여 그 위에 그렸다.

작가가 "우주의 질량"이라고 설명한 돌가루도 작품에 들어갔다. 이처럼 켜켜이 쌓인 기억처럼 두터운 작품의 질감과 재료를 느끼기 위해선 전시장을 직접 찾아 감상하길 권한다.

1954년생 최정숙 작가가 송림동에 살던 때는 1960년대 말~1970년대 초다. 아버지는 해방 이후 초대 백령면장을 지냈고, 중구 송월동3가의 2층짜리 적산가옥에 살면서 백령도와 연안부두를 오갔다. 꽤 풍족하게 살던 유년기였으나, 작가의 아버지가 갑자기 병환으로 쓰러지면서 가세가 기울었다. 친구들에게 송림동 달동네로 이사갔다는 말을 하기 싫어 조용히 몰래 학교와 집을 오갔던 사춘기 시절이었다.

작가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쓴 일기의 한 대목이다. "그 좁은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 학교 수업이 끝나도 도서실에 있다가 어두컴컴한 밤이 되어서야 들어가곤 했지요. (중략) 그 기억들을 그동안 꺼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나이 들고 보니, 그 아픈 기억도 소중한 나이가 되고 보니, 그 시간들을 사랑하고 보듬고 싶어집니다."

어두웠던 기억에 사랑과 행복을 담아 다시 그린 작은 집은 작가만의 집은 아니었다. 지난 7일 오후 우리미술관 전시장에서 만난 한 노년의 관람객은 울컥하며 "내가 살던 동네였고,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콜라주 기법 활용한 작품들. 2024.3.7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다수 작품에서 보이는 송현교회는 종교적 의미를 떠나 어려운 그 시절 달동네 사람들이 품었을 구원을 상징하는 듯하다. 전시장을 빙 두르며 일렬로 촘촘하게 걸린 집 그림들이 하나의 마을을 이루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작가가 화폭에 담은 지역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으로 곧 옛 모습이 사라질 동네다. 이번 전시는 인천 구도심에 대한 충실한 기록이기도 하다. 전시는 4월30일까지 열린다.


원문보기: 경인일보 : [전시리뷰] 최정숙 개인전 '나의 사춘기, 송림동 달동네' (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