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문화공간 금창 1기 입주작가
김승현(Kim, Suenghyun)
원도심의 낭만을 거닐 듯 금창동 일대는 쓸쓸한 석양의 동네다. 한때는 북새통이 벌어지던 어떤 마당이었겠으나 지금은 무미건조한 건물의 그림자만 남은 고즈넉한 길들이 이어져있다. 시간이 늘어지는 그 길 위에 서면 그 속에서 이상하리만큼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낡은 벽돌, 촘촘하게 놓여진 작은 집들과 경계선, 구불거리는 길들, 개화기 시대의 양식들의 모양새가 저마다 사연을 담아 역사를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 지각된 낯선 장면과 상상들을 재인식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과거 화재를 경험하며 재가 된 꾸러미들을 마주한다. 그리고 예기치 않은 화재의 순간 속에서 들여온 물리적인 소리를 리듬과 조율을 통해 시각적으로 나타낸다. 불과 열에 의해 부서지거나 한줌의 재가 되거나 흔적조차 없어진 비움 속에서 그 물리적인 힘에 의해 새로운 성질이 되는 흙은 특별한 재료가 된다. 이를 이용해 변형되고 왜곡된 악기의 형태들이 내는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창작공간 금창에서 주민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반년 가까이 이 공간과 마주하며 엉켜드는 것들을 기록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