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문화공간 금창 1기 입주작가
임기웅(Im, Giung)
책이 주는 엄숙함이 있다. 그 책들이 모인 도서관과 서고는 사람을 엄숙하고 때론 경건하게 한다. 헌책방은 이런 엄숙함을 살짝 비켜간다. 책을 보러 가는 건 도서관과 동일하지만 이곳엔 책을 사고 파는 ‘거래’가 이루어진다. 거래를 통해 책들의 주인이 수시로 바뀌고 이는 각각 삶의 흔적이 오롯이 새겨진다. 전 주인들이 감명 깊게 읽은 구절에 색칠된 형광 펜 줄들과 누군가에게 선물로 전해준 글귀들, 예쁜 단풍 낙엽이 꽂혀 있을 수도 있고 운 좋으면 돈이 숨어있기도 했다. 수천 수 만권의 책만큼 사고 판 흔적이 남은 배다리 헌책방 거리. 80년대까지 스무 곳 남짓했던 이곳은 이젠 5곳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세대 주인들이 은퇴하기 시작한 지금, 인천 유일의 헌책방 거리를 미니어처로 입체적으로 그리고 영상으로 기록하고자 한다.